나에게는 너무나 사랑하는 2살 위의 형님이 있습니다.

너무나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지금껏 살아오면서 참 많은일이 있었습니다.
진심을 다해 이야기하자면^^
형은 어린시절 내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습니다
아니 라이벌이라기보단 따라 잡아야 할 범접불가 챔피언이었습니다.
멍하게 생긴 나와는 다르게
형은 똘똘하게 생겼고 이쁘게 생겼고 눈치가 빨라서
어른들한테도 이쁨받고 똑똑한 그런 형이었습니다.
어느날 세상이 눈과 맘에 들어오기 시작한 순간부터
형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엄마의 사랑을 더 많이 차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내 가장 질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겨보려고 이겨보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 당싱 유행하던 집으로 학습지가 우편으로 오는 일일학습을
형 옆에 앉아서 함께 풀어봤던 기억이 납니다.
형이 있어서 한글도 일찍 떼고 구구단도 일찍 떼고
우리 엄마는 교육열이 높아서 형에게 하는 교육을 2살 아래인 나도 열심히했고
그걸 잘하는 걸 좋아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에서
아~ 우리 엄마 아빠는 한글을 잘 읽고 산수를 잘하는 걸 좋아하시는구나...

나도 모르는 무의식에서 그렇게 진화한 거 같습니다.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제가 가진 재주가 엄마아빠의 바램에 부합하도록
기억력(암기력)이 좋았습니다.
형이 하는건 뭐든 했습니다.
형이 다니는 유치원에 형이랑 똑같은 유치원복을 맞춰 입고
소풍도 따라다니고
형이 미술을 잘해서 칭찬받고 상을 받는 것을 보고
저도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오히려 대회에서 어른이 그려준 그림이라고 상을 못 받은 적도 있습니다.
형 옷을 물려입는게 제일 싫었고
새거는 형거 내건 형이 쓰던 거
이런 것에서 욕심도 많이 나서 떼도 많이 부렸습니다.
형하고 이런 저런 일로 많이 다퉜습니다.
그럴 때 마다 지기 싫어서 매번 형에게 대들었고
엄마에게 그럴 때 마다 많이 혼났습니다.
그런데 제 기억은 엄마가 항상 먼저 '왜 넌 동생이 형한테 덤벼~ '였습니다.
내가 잘못한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어도
늘 내가 먼저 야단맞고 혼난다고 느꼈습니다.
크면서는 조금씩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키도 형보다 커지고
공부도 학교성적이 제가 더 낫고
멍하게 생긴 얼굴이
조금씩 또렷해졌습니다.
이건 100% 제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아빠는 공부를 잘해서 성적이 좋으면 많은 부분을 봐 주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성격이 공부만 잘하는 모나고 네가지 없는 아이가 되어 갔던거 같습니다.
중3때 고2이던 형과 주먹다툼을 하고 싸우다가
배에 정통으로 펀치를 맞고
숨을 못쉬고 죽을뻔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한 집에서 약 1년간 대화하지 않고 얼굴보지 않고 살았습니다.
형은 두 살 어린 저를 형친구들하고 놀 때 절대 끼워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 형이 미웠습니다.
그러다 저도 제 친구들과 어울리고 형과는 함께 뭔가를 하는 시간은 점점 없어져갔습니다.
대학을 떨어지고
재수를 하고
삼수를 할 때 형이 군대를 갔습니다.
그 때 형이 자주 손편지를 보내 주었습니다.
항상 시작은 사랑하는 하나뿐인 동생 상환이에게...였습니다.
형의 편지가 많이 힘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 때가 형하고의 관계가 다시 회복되었던 때가 아닌가 합니다.
그 이후에 함께 액티비티도 하고 술자리도 가고 나이트도 다녔습니다.
형이 미국 유학가기전까지 같이 한 시간도 많았습니다.
형은 그 이후에 한국에 돌아와서는 언제나 제 편이었습니다.
제가 술로 여러가지 사고를 쳤을 때도 부모님을 대신해서 제 사고 뒷처리들도 해주고
저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항상 제 편이 되어주었습니다.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말을 저는 진심으로 믿습니다.
형이 인품이 저보다 훨씬 뛰어나서 그렇다기보다는
우리나라에서 맏형으로 태어나서 장남으로 살아온 세월이
형으로 하여금 저의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었던 거 같습니다.
형이 옳곧게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형이 있어서 제가 좀 더 자유롭게 살아올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저는 형을 존중합니다. 형을 사랑합니다.
병원을 하면서 형의 돈도 큰 돈을 빌려쓰고 아직 갚지 못했습니다.
나는 형이 나와 오래도록 돈독한 형제우애를 지켜가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 형뿐 아니라 형수와 조카들까지도 배려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형이 있기에 삶이 풍족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마음의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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